[룻기 개관] 하나님의 헤세드(חסד)와 고엘(גאל)

매일성경의 본문인 룻기가 가지는 특성과 그 속의 중요한 메시지에 대한 개관과 정리입니다.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의 이성혜 교수님이 "개혁논총 33"(2015)에 기고하신 글을 고신총회 교육부에서 정리하고 편집한 내용입니다.

하나님의 헤세드(חסד)와 고엘(גאל)

역사적 배경

룻기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그 때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그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던(삿 17:6; 21:25) 시대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상황은 지도자와 백성들의 무책임과 무질서, 지파간의 질시와 전쟁들로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럽고, 두려운 시대였고 종교적으로도 우상숭배가 계속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이 흉년과 기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 엘리멜렉과 그의 아내 나오미는 두 아들과 함께 모압 지방으로 이주하여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나오미는 모압 땅에서 10여 년 동안 남편과 두 아들을 모두 잃었습니다(룻 1:1-5). 그리고 그의 며느리 룻과 함께 모압 땅을 떠나 다시 고향 유다 베들레헴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룻기는 진행됩니다(1:6-22).

성경에 나타난 이스라엘과 모압 족속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룻의 동족인 모압 족속은 롯의 아들 모압에 의해 형성된 민족으로(창 19:30-38), 요단강 동편, 사해 남동쪽 해안의 고원 지대에 거주하였습니다. 모세 오경 속의 모압 족속은 이스라엘이 궁핍할 때에 저주하였고(신 23:3-4), 이스라엘이 우상 숭배하는 죄를 범하도록(민 25:1-5) 만들고, 이스라엘을 침략하였던 민족이었습니다.

사사 시대에는 모압 왕 에글론이 암몬과 아말렉과 함께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18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그 후 베냐민 사람 에훗에 의해 죽음을 당함으로 모압이 이스라엘에 굴복하여 80년 동안 평온하였습니다(삿 3:12-30). 이러한 역사를 가진 모압 족속에 속한 여인인 룻이 이스라엘인인 시모와 함께 유다 땅 베들레헴에서 이방인 과부로서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모압 족속이 이스라엘에 행하였던 악들과는 반대로, 모압 여인인 룻은 이스라엘인 시모 나오미를 선대하였습니다. 룻은 나오미의 생계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여호와를 섬기기로 결단하고, 결국 룻을 통하여 다윗 왕의 계보까지 혈통이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즉, 이스라엘 역사 속에 행한 모압 족속의 잘못들이 룻을 통하여 이스라엘에 되갚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룻기의 본문에서 드러나는 것은-그 때의 시대적 상황과는 대조적으로-명료하게 하나님께서는 헤세드(חסד)와 고엘(גאל)을 통하여 신실함과 책임 있는 삶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계십니다.

* 성경에 나타나는 기근에는 자연 재해로 발생하기도 하며(창 41:27; 왕상 18:2; 왕하 8:1 등),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심판으로 기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사 3:1; 렘 14:13-18 등). 성경에서는 하나님께서는 기근을 통하여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나타내시기도 하고, 본문의 주제적 발전을 이끌어 가는데 기근이라는 상황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들의 삶은 이스라엘 조상들이 기근이 들었을 때에 외국인이요 나그네로 다른 나라에 지냈던 시절과 연관되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룻기의 메시지

1. 헤세드(חסד), "선대, 은혜, 인애"

헤세드는 일반적인 자비, 선하심, 충성 등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구약에는 246번 나타나며 시편에 절반이 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헤세드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주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신실하신 모습을 나타낼 때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켄펠드는 룻기에 나타난 헤세드를 통해 볼 수 있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헤세드는 수혜자의 생존과 결부된 문제와 관계되어 있다
헤세드를 베푸는 사람은 유일하게 그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이다
쌍방 간에 확립되어 온 관계를 전제로 하여 헤세드가 존재한다고 본다

따라서 헤세드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언약을 직접 행하심으로(언약하시고 지키심으로) 어떻게 백성들이 헤세드에 반응하고, 올바르게 행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셨습니다.

둘째, 헤세드는 관계 안에서 시작된 것으로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맺으신 언약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언약을 맺었다 함은 반드시 시행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셋째, 헤세드는 호의적으로 누군가에게 어떤 친절한 행위를 한 번 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책임 있는 도움과 보호를 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넷째, 헤세드는 인애와 자비를 행할 때에 의무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행동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2. 고엘(גאל), "기업을 무를 자", "구속자"

고대 유대 사회 전통에서는, 이스라엘의 친족 중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을 때에 그를 위해 땅을 무를 책임이나 권리를 가진 남자 친족을 "고엘"이라 불렀습니다. 고엘은 주로 "구속하다"와 "구속자", "구속", "친족 구속자"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룻기에서는 동사의 형태로 20번이나 사용되고 있습니다.

첫째, 레위기 25장에서 고엘은 희년 제도 규례를 설명할 때 사용 되었으며, 친족은 서로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둘째, 구약에서 고엘은 "구속자"(redeemer)의 뜻으로서 하나님의 구속하심과 연관하여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셋째, 룻 4:1-12는 고엘이 여러 번 반복하여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본문으로서, 보아스가 "기업을 무르는 자"로서 베들레헴 공동체 앞에서 정식으로 인정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아스와 룻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룻기의 결론(4:13-17)에 이르기 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 여호와의 주권과 헤세드(חסד)

룻기에서 "여호와"의 이름이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직접 자신의 백성의 삶 속에 행하시는 것과 연관하여 2번 사용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1장 6절에는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권고하사 그들에게 양식을 주셨다"고 말하며, 두 번째, 4장 13절에는 "여호와께서 그로 잉태케 ..." 하셨음에 여호와의 이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같이 룻 1:6과 4:13에 나타난 여호와께서는 룻기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기근으로 인한 삶(경제적)의 문제와 가문의 모든 남자가 죽어버려 후계자가 없는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고 계십니다.이와 같이 여호와의 행하심이 룻기의 처음(1:6)과 끝(4:13)에 명시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의 삶에 직접적으로 헤세드를 나타내시며 돌아보신다는 신학적 메시지가 인클루지오(inclusio)를 이루고 있습니다.

비록 사람의 선택으로 이방나라에 갔다가(1:1) 모든 것을 잃고 다시 돌아오는 일이(1:6) 있었지만, 선택과 삶의 문제들 속에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백성 과 함께 하시며 그 중심에 계심을 보여줍니다. 또한, “여호와"의 이름은 등장인물들의 기도와 대화 속에 룻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하여 언급되고 있습니다(룻 1:9, 13, 17, 20-21; 2:12, 20; 3:13; 4:11-14).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룻이 살았던 시대는 “그 때 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그 소견에 옮은 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라고 기록되는 사사 시대였습니다(룻 1:1). 그러나 룻기에서 여호와가 진정한 왕으로 룻과 나오미와 보아스의 삶 속에 직접적으로 헤세드를 나타내시고 구원 역사를 이루시는 것을 봅니다. 그러므로, 룻기 전체 속에 지속하여 “여호와” 의 이름이 사용되는 것은 결국 진정한 왕이신 여호와가 룻기의 중심에 계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 예로, 나오미는 두 이방 며느리 룻과 오르바를 위해 “여호와께서 너희를 선대하시기를 원하며 ...”(1:8-9)라고 언약의 하나님, 여호와께 기원하였습니다. 이 기원은 나중에 보아스가 룻에게 “여호와께서 온전한 상 주시기를 ....”(2:12)이라고 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그 결과 이방 여인 룻이 나오미의 가족과 가문을 다시 일으키는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즉, 나오미와 보아스를 통하여 여호와의 헤세드가 이방 여인 룻에게도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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