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4장 속 엠마오의 정체를 밝힙니다. 성경 본문(눅 24:13)과 '따뜻한 샘'이라는 이름의 의미, 성경 시대 위치 및 거리 논쟁(60/160 스타디온)을 심층 분석합니다. 엠마오 니코폴리스, 엘 쿠베이베 등 주요 후보지의 역사적, 고고학적 증거를 비교하며, 엠마오 이야기의 신학적 중요성에 대해 정리하였습니다.
누가복음 24장의 엠마오: 이름, 위치, 그리고 끝나지 않은 여정
1. 서론
누가복음 24장에 기록된 엠마오로 가는 길 위의 이야기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장면들 중 하나입니다. 스승을 십자가에서 잃고 깊은 슬픔과 혼란에 빠진 두 명의 제자가 예루살렘을 떠나 걷던 중,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지만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는 이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전해 줍니다.
이 사건은 예수님의 부활 바로 그날, 제자들이 여전히 스승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때에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비극이 일어났던 예루살렘을 등지고 '엠마오'라는 특정 장소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누가복음 24장에 등장하는 바로 이 '엠마오'라는 지명에 초점을 맞추어, 성경 본문에서의 언급, 그 이름의 의미와 성경 시대 당시의 위치에 대한 정보, 그리고 오늘날 고고학적, 역사적 연구를 통해 추정되는 후보지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2. 누가복음 24장의 엠마오: 성경 구절
엠마오가 언급된 핵심 구절은 누가복음 24장 13절입니다. 한국 교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개역개정 성경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번역하고 있습니다.
"그 날에 그들 중 둘이 예루살렘에서 이십오 리 되는 엠마오라 하는 마을로 가면서" (누가복음 24:13, 개역개정)
이 구절은 시간적 배경("그 날", 즉 예수님 부활 당일)과 공간적 배경(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가는 길)을 명확히 제시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때는 이미 몇몇 여인들이 빈 무덤을 목격하고 천사들로부터 예수님이 살아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사실이 전파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여전히 이 놀라운 소식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믿지 못하고 근심과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할 점은 개역개정 성경이 명시한 거리, "이십오 리"입니다. 한국의 전통 거리 단위인 '리(里)'를 사용하여 이 거리는 약 10km에 해당하는 거리를 나타냅니다. 이 "이십오 리"라는 번역은 엠마오의 위치를 둘러싼 오랜 논쟁을 불러왔었습니다.
대부분의 고대 그리스어 신약성경 사본들은 이 거리를 '60 스타디온(stadia)'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약 11-12km (약 7마일)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일부 권위 있는 고대 사본들(예: 시내 사본)에서는 이 거리를 '160 스타디온'(약 30-32km 또는 19-20마일)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3. 엠마오: 이름의 뜻과 성경 시대 위치
엠마오(Εμμαούς, Emmaous, 엠마우스)라는 이름의 어원은 히브리어 '하맛(Hammot)' 또는 유사한 형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맛"의 원 뜻은 '따뜻한 샘', '온천', '뜨거운 샘물' 등을 의미합니다.
누가복음 본문 자체는 엠마오라는 장소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단지 예루살렘에서 특정 거리만큼 떨어진 '마을'(헬라어: κώμη, kómē, 코메)이라고만 언급합니다.
고대 사본들 간의 거리 표기 차이는 단순한 필사 오류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반면, 시내 사본 등 일부 중요한 사본이 제시하는 '160 스타디온'(약 30-32km)은 편도 거리만으로도 상당한 장거리입니다. 이 경우, 제자들이 이미 예루살렘에서 엠마오까지 약 30km를 걸어온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같은 거리를 밤중에 되돌아가 예루살렘에 도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힘들거나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에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성경의 텍스트 비평의 문제는 역사적 개연성과 맞물려 엠마오 위치 논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60 스타디온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이야기의 내적 흐름과 개연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160 스타디온을 지지하는 측은 시내 사본과 같은 초기 사본의 권위, 그리고 실제로 예루살렘에서 약 160 스타디온 거리에 위치하며 초기 기독교 전승에서 엠마오로 강력하게 지목되었던 '엠마오 니코폴리스'라는 중요한 도시의 존재를 근거로 듭니다.
요세푸스와 같은 역사가들도 엠마오라는 이름의 장소를 여러 곳 언급하는데, 이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예: 바키데스가 요새화한 엠마오 , 니코폴리스로 추정되는 엠마오 , 로마 퇴역 군인들에게 주어진 엠마오 ). 결국, 누가복음 24장의 엠마오가 어디인지를 밝히려는 시도는 사본 증거, 이야기의 내적 논리, 그리고 성경 외적인 역사 및 고고학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엠마오'라는 이름 자체가 '온천'이라는 비교적 일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 성경 시대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 이름을 가진 장소가 여러 곳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요세푸스, 탈무드, 미드라쉬 등 여러 고대 문헌에서 '엠마오' 또는 '하맛'과 같은 유사 지명이 등장하는 것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마치 오늘날 '새터'나 '양지'처럼 흔한 지명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가가 언급한 엠마오가 당시 독자들에게는 특정 장소로 인식되었을지라도, 후대의 연구자들에게는 이름 자체만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됩니다. 결국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거리 정보와 다른 정황 증거들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4. 성경 속 엠마오, 오늘날 어디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가복음 24장에 나오는 엠마오의 정확한 위치는 아직 학계에서 합의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후보지 1: 엠마오 니코폴리스 (Emmaus Nicopolis / Imwas / Amwas)
- 위치: 예루살렘 서쪽 약 160 스타디온 (약 30km 또는 19-20마일) 거리에 위치하며, 아얄론 골짜기 내, 오늘날 라트룬(Latrun) 수도원 근처에 해당합니다.
고대 예루살렘-욥바 도로 상에 있었습니다.
- 지지 근거:
- 시내 사본 등 일부 중요 사본에 기록된 160 스타디온 거리와 일치합니다.
- 매우 강력한 초기 기독교 전승을 가지고 있습니다. 4세기 교부인 유세비우스와 히에로니무스가 이곳을 누가복음의 엠마오로 지목했습니다.
히에로니무스는 예수님이 떡을 떼신 글로바의 집에 교회가 세워졌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포이팅거 지도(Peutinger Table)나 프톨레마이오스 지도 같은 로마 시대 지도에도 예루살렘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 엠마오(또는 유사 지명)가 표시되어 있으며 , 6세기 마다바 지도에도 '니코폴리스'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헬레니즘 시대와 로마/비잔틴 시대에 번성했던 도시(엠마오 니코폴리스)로 알려져 있으며
, 요세푸스도 이곳을 여러 차례 언급합니다 (마카베오 전쟁 관련, 바키데스에 의한 요새화 등). 서기 3세기에는 '승리의 도시'라는 뜻의 '니코폴리스'로 개칭되었습니다. -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비잔틴 시대 대성당(5-6세기), 십자군 시대 교회(12세기), 로마 시대 목욕탕 유적(이름의 어원과 부합), 하스모니안 시대 요새 등 풍부한 유적이 확인되었습니다.
이곳에 있었던 아랍 마을 '임와스(Imwas)' 또는 '암와스(Amwas)'는 고대 지명 '엠마오'를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 시내 사본 등 일부 중요 사본에 기록된 160 스타디온 거리와 일치합니다.
- 반론/문제점: 160 스타디온이라는 거리는 대다수 사본이 지지하는 60 스타디온과 불일치하며, 제자들이 같은 날 저녁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입니다.
또한 누가는 엠마오를 '마을'(kómē)이라고 불렀는데, 니코폴리스는 상당한 규모의 '도시'(polis)였습니다.
후보지 2: 엘 쿠베이베 (El-Qubeibeh / Qubeibeh)
- 위치: 예루살렘 북서쪽 약 63 스타디온 (약 11-12km 또는 7마일) 거리에 있습니다.
- 지지 근거:
- 대부분의 신약성경 사본에 기록된 60 스타디온 거리와 거의 일치합니다.
- 십자군 시대의 전승이 있습니다. 십자군들은 이곳을 엠마오로 여겼으며(12세기 이후), '카스텔룸 엠마오(Castellum Emmaus)'라는 이름의 요새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관리하는 '성 글레오파 기념 성당'이 있어 이 전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고고학적으로 1세기 시대의 마을 유적이 일부 발견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대부분의 신약성경 사본에 기록된 60 스타디온 거리와 거의 일치합니다.
- 반론/문제점: 십자군 시대 이전에는 이곳을 엠마오로 지목한 명확한 고대 문헌 증거나 강력한 전승이 부족합니다.
일부 자료에서는 이곳에 샘이 없어 '온천'이라는 이름의 어원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랍어 지명 '엘 쿠베이베'는 '작은 돔들'이라는 뜻입니다.
후보지 3: 아부 고쉬 (Abu Ghosh / Kiryat Anavim)
- 위치: 예루살렘 서쪽 약 12-14km (약 8-9마일 또는 66-75 스타디온) 거리에 있으며, 성경의 '기럇여아림'(Kiriath-Jearim)과 동일시되기도 합니다.
- 지지 근거:
- 거리가 60 스타디온에 비교적 가깝습니다.
- 최근 고고학적 제안 (기럇여아림 연관설): 아부 고쉬 인근 언덕(기럇여아림으로 추정)에서 기원전 160년경에 세워진 거대한 헬레니즘 시대 요새 유적이 발굴되었습니다. 이는 셀레우코스 왕조의 장군 바키데스가 건설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카베오상 9장과 요세푸스는 바키데스가 예루살렘 서쪽에 요새화한 장소 목록에 '엠마오'를 포함시키지만 '기럇여아림'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부 연구자들은 이 요새가 발견된 기럇여아림이 바로 문헌상의 '엠마오'이며, 누가복음의 엠마오일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이 위치는 예루살렘에서 약 7마일(60 스타디온) 거리이기도 합니다. - 이곳에도 십자군 시대 교회가 있으며, 초기 유적 위에 세워졌습니다.
또한 현대에 조성된 '엠마오 길(Emmaus Trail)' 도보 순례 코스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 거리가 60 스타디온에 비교적 가깝습니다.
- 반론/문제점: 이곳의 주된 역사적 정체성은 '기럇여아림'이라는 별개의 성경 지명과 연결됩니다. 엠마오와의 연결은 바키데스 요새 목록에 대한 해석에 기반한 가설이며, 누가복음이나 초기 전승에서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증거는 부족합니다.
거리도 60 스타디온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약 70 스타디온).
후보지 4: 모짜 (Motza / Qalunya / Colonia)
- 위치: 예루살렘 서쪽으로 매우 가까운 약 30-36 스타디온 (약 6-7km 또는 4마일) 거리에 있습니다.
성경의 '모사'(Mozah, 여호수아 18:26)와 동일시됩니다.
- 지지 근거:
- 요세푸스의 기록: 역사가 요세푸스는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퇴역 군인 800명에게 예루살렘에서 30 (또는 60
)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곳을 정착지로 주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유대 전쟁사 VII, vi, 6). 이 장소는 후에 '콜로니아(Colonia)'로 불리게 되었고, 이 이름은 아랍어 지명 '칼루니야(Qalunya)'에 남아있습니다. - 해석 가능성: 일부 학자들은 누가복음의 '60 스타디온'이 실제로는 이 가까운 엠마오(콜로니아)까지의 왕복 거리를 의미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 요세푸스의 기록: 역사가 요세푸스는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퇴역 군인 800명에게 예루살렘에서 30 (또는 60
- 반론/문제점: 편도 거리가 30-36 스타디온으로, 누가복음의 대다수 사본에 기록된 60 스타디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후보지를 지지하려면 누가복음의 거리를 명시적인 언급 없이 '왕복 거리'로 해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르타스(Artas), 쿠르벳 엘-카마사(Khurbet al-Khamasa) 등 다른 장소들이 소수 의견으로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엠마오의 위치를 특정하려는 노력은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선호되는 후보지가 변화해왔습니다. 초기 기독교 전승은 니코폴리스를 강력하게 지지했고
아래 표는 주요 후보지 네 곳의 핵심 정보를 요약한 것입니다.
5. 결론
누가복음 24장 13절은 개역개정 성경 기준으로 "이십오 리"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을 언급하며, 이 이름은 '온천' 또는 '따뜻한 샘'을 의미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대 성경 사본들 간에 기록된 거리가 60 스타디온(약 11-12km)과 160 스타디온(약 30-32km)으로 크게 달라, 엠마오의 정확한 지리적 위치는 오늘날까지도 학문적 논쟁의 대상입니다. 엠마오 니코폴리스, 엘 쿠베이베, 아부 고쉬, 모짜 등 여러 유력한 후보지들이 각기 다른 종류의 증거(텍스트, 전승, 고고학)와 약점을 안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엠마오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지리적, 역사적 탐구의 어려움 속에서도, 엠마오로 가는 길 위에서 일어난 사건 자체의 신학적 중요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자들이 절망 속에서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향하던 그 길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그 만남을 통해 그들은 성경 말씀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마음이 뜨거워지고)
엠마오가 오늘날 지도 위의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흥미로운 탐구 과제로 남아있지만, 그 길 위에서 일어난 만남과 변화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신앙적 의미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6. 참고문헌
- Finkelstein, I., & Römer, T. (2019). Kiriath-jearim, Kiriath-baal, Emmaus: A New Solution to an Old Riddle. Biblical Archaeology Review, 45(1), 30–39, 68.
- Fitzmyer, J. A. (1985). The Gospel According to Luke X-XXIV. (The Anchor Bible, Vol. 28A). Doubleday.
- Metzger, B. M. (1994). A Textual Commentary on the Greek New Testament (2nd ed.). Deutsche Bibelgesellschaft/United Bible Societies.
- Murphy-O'Connor, J. (2008). The Holy Land: An Oxford Archaeological Guide from Earliest Times to 1700 (5th ed.). Oxford University Press.
- Strange, J. F. (1992). Emmaus. In D. N. Freedman (Ed.), The Anchor Yale Bible Dictionary (Vol. 2, pp. 498–500). Doubl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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