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앙의 기초: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장 '하나님과 성삼위일체' 해설
서론
17세기 중반 영국 웨스트민스터 총회에서 작성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WCF)은 개혁주의 신학의 정수를 담아낸 역사적 문서로서, 오늘날까지도 장로교회를 비롯한 여러 개혁교회들의 중요한 신앙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제2장 "하나님과 성삼위일체에 관하여"는 기독교 신앙의 가장 근본이 되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와 삼위일체 교리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며, 신앙의 초석을 다지는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본 소고에서는 조직신학 교수로서 20여 년간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쳐 온 경험을 바탕으로, WCF 제2장의 내용을 분석하고 그 성경적 근거, 역사적 의의, 그리고 오늘날 우리 삶에 주는 교훈을 학술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고찰하고자 합니다.
본론
본론 1: 성경적 토대
WCF 제2장은 철저히 성경에 근거하여 하나님과 삼위일체를 설명합니다. 신앙고백서 자체가 새로운 계시가 아니라, 성경이 가르치는 바를 충실히 요약하고 체계화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 하나님의 속성(2장 1항): "오직 한 분 살아계시고 참되신 하나님"(신 6:4; 렘 10:10)이 존재하시며, 그의 무한하심(왕상 8:27; 욥 11:7-9), 영이심(요 4:24), 불변하심(약 1:17; 말 3:6), 전능하심(창 17:1; 계 4:8), 거룩하심(사 6:3; 계 15:4), 사랑과 자비(출 34:6-7; 요일 4:8), 공의(느 9:32-33) 등은 성경 곳곳에서 증언하는 하나님의 본질적 특성들입니다. 이는 인간의 유한한 이성으로 하나님을 정의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스스로 성경을 통해 자신을 계시하신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것입니다.
- 하나님과 피조물의 관계(2장 2항): 하나님은 만물의 유일한 근원이시며(롬 11:36; 행 17:24-28),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시는 절대 주권자(단 4:25, 35)이십니다. 그는 피조물에게 의존하지 않으시는 자존자(自存者)이시며(행 17:25), 오히려 모든 피조물이 그분께 영광과 예배를 드려야 함(계 4:11)을 성경은 명백히 밝힙니다. 또한, 그의 지식은 무한하며 모든 것을 아신다는 것(히 4:13; 롬 11:33-34) 역시 성경적 가르침입니다.
- 삼위일체(2장 3항): "한 본질과 능력과 영원성을 가진 세 인격들"(요일 5:7; 마 28:19; 고후 13:14[혹은 13:13]) 즉,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이 한 분 하나님 안에 존재하신다는 삼위일체 교리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성자의 영원한 나심(요 1:14, 18)과 성령의 영원한 나오심(요 15:26; 갈 4:6) 역시 성경에 나타난 삼위 하나님의 관계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처럼 WCF 제2장은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의 원칙 위에서 하나님과 삼위일체에 대한 교리를 정립하고 있습니다.
본론 2: 역사적 맥락과 의의
WCF 제2장은 기독교 2천 년 역사 속에서 치열한 신학적 논쟁과 성찰을 통해 확립된 정통 교리를 계승하고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닙니다.
초대 교회 시대부터 아리우스주의(Arianism,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나 사벨리우스주의(Sabellianism, 삼위의 구별을 부인하고 양태론 주장)와 같은 이단 사상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교회는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신학적 논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니케아 공의회(325년)는 성자의 신성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381년)는 성령의 신성을 포함한 삼위일체 교리를 정통 신앙으로 확립했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개혁자들은 성경에 근거하여 중세 교회의 왜곡된 신학을 바로잡고자 했으며,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회복하는 데 힘썼습니다. WCF는 이러한 종교개혁의 신학적 결실을 바탕으로, 특히 칼뱅주의적 관점에서 하나님 중심 사상과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강조하며, 성경이 가르치는 하나님과 삼위일체 교리를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는 당시 영국과 스코틀랜드 교회의 신앙적 통일성을 도모하고, 후대에 올바른 신학적 유산을 물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오늘날에도 WCF 제2장은 개혁주의 신학의 표준으로서, 하나님과 삼위일체에 대한 정통적이고 성경적인 이해를 위한 귀중한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본론 3: 삶을 위한 교훈
WCF 제2장이 제시하는 하나님과 삼위일체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지적인 동의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신앙과 삶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실천적인 교훈을 제공합니다.
- 첫째, 하나님의 속성에 대한 묵상은 경외심과 위로를 줍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1항)을 알 때 우리는 죄를 미워하고 거룩한 삶을 추구하게 됩니다(벧전 1:15-16). 그의 불변하시는 사랑과 자비(1항)는 우리의 연약함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소망과 위로를 줍니다(애 3:22-23). 또한,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지혜(1항)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도 그분의 선하신 계획과 능력을 신뢰하며 인내하게 합니다(롬 8:28).
- 둘째, 하나님과 피조물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올바른 예배와 겸손한 자세를 갖게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필요 없으시지만(2항), 오직 은혜로 우리를 창조하시고 관계 맺으시는 분임을 알 때, 우리는 감사함으로 진정한 예배를 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만물의 주권자이신 하나님 앞에서(2항) 우리는 교만을 버리고 겸손히 그분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 셋째,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구원의 신비와 교회의 본질을 이해하게 합니다. 성부 하나님의 계획,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성취, 성령 하나님의 적용이라는 삼위 하나님의 사역을 통해 우리의 구원이 이루어졌음을 깨달을 때(엡 1:3-14), 우리는 구원의 은혜에 더욱 감사하게 됩니다. 또한, 한 분 하나님 안에서 사랑과 교제를 나누시는 삼위 하나님의 모습(3항)은 우리 교회가 추구해야 할 연합과 사랑의 공동체 모델을 제시합니다(요 17:21).
이처럼 WCF 제2장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명확히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하며, 구체적인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결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장 "하나님과 성삼위일체에 관하여"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 교리를 성경에 근거하여 명료하고 깊이 있게 제시하는 중요한 문서입니다. 이는 초대 교회로부터 이어져 온 정통 신학을 계승하고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체계화한 것으로, 역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큰 의미를 지닙니다. 나아가 이 장에서 고백하는 하나님의 속성, 피조 세계와의 관계, 그리고 삼위일체의 신비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경외와 위로, 겸손과 순종, 감사와 사랑의 삶을 살아가도록 이끄는 귀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WCF 제2장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과 묵상은 하나님을 더욱 알아가고, 그분과의 관계를 더욱 풍성히 하며, 신앙 공동체 안에서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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