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 13장 14절 "나를 기억하옵소서" 기도에 대한 해석학적 고찰: 자기 의(Self-righteousness)인가, 언약적 호소인가?

느헤미야 13장 14절 '나를 기억하옵소서'라는 느헤미야의 기도는 자기 의를 드러내는 것일까요? 본문은 이 기도의 '자기 의(義)' 해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히브리어 'זכר'와 'חסד'의 의미, 그리고 13장 전체 문맥을 통해 이것이 언약적 충성에 기반한 절박한 신앙고백임을 설명하였습니다.


느헤미야 13장 14절 "나를 기억하옵소서" 기도에 대한 해석학적 고찰: 자기 의(Self-righteousness)인가, 언약적 호소인가?



느헤미야 13장 14절 "나를 기억하옵소서" 기도에 대한 해석학적 고찰: 자기 의(Self-righteousness)인가, 언약적 호소인가?



목차


  • I. 서론: 문제 제기
  • II. 본론 1: "자기 의" 해석의 대두와 그 문맥적 근거
  • III. 본론 2: "기억하소서(Zakar)"의 언약적 의미와 신학적 함의
  • IV. 본론 3: 느헤미야 13장 전체에 나타난 기도의 종합적 이해
  • V. 결론: 개혁자의 고독과 신앙고백으로서의 기도
  • VI. 참고문헌



I. 서론: 문제 제기


성경 느헤미야서는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 재건이라는 민족적 과업과 신앙 공동체의 개혁을 다룬다. 특히 마지막 장인 13장은, 느헤미야가 잠시 페르시아로 돌아갔다가 다시 예루살렘에 왔을 때 목격한 총체적인 신앙적 타락(성전 훼손, 십일조 중단, 안식일 모독, 이방인과의 통혼)과 이에 대한 그의 격렬한 개혁을 기록한다.

이 격동의 문맥 속에서 느헤미야 13장 14절, "내 하나님이여 이 일로 말미암아 나를 기억하옵소서 내 하나님의 전과 그 모든 직무를 위하여 내가 행한 선한 일을 도말하지 마옵소서"라는 기도가 등장한다. 이 기도는 종종 느헤미야가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며 하나님의 보상을 요구하는, 일종의 '자기 의(self-righteousness)'를 드러내는 기도로 해석되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본고는 이러한 해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해당 구절의 본래적 의미를 신학적, 문맥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II. 본론 1: "자기 의" 해석의 대두와 그 문맥적 근거


느헤미야의 기도를 '자기 의'의 발로로 보는 견해는 몇 가지 표면적인 근거를 갖는다.

  • 첫째, "내가 행한 선한 일(my good deeds)"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이를 "도말하지 마옵소서"라고 요청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공적을 하나님의 장부에 기록해 달라고 요구하는 공로 사상처럼 들릴 수 있다.
  • 둘째, 13장에 나타난 느헤미야의 개혁 방식은 매우 격렬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하다(예: 25절 "내가 그들을 책망하고 저주하며 그들 중 몇 사람을 때리고 그들의 머리털을 뽑고"). 이러한 인간적인 분노와 혈기가 섞인 개혁 직후에 드리는 기도가 과연 순수한 신앙고백일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즉, 자신의 격렬한 행위를 스스로 정당화하고, 그 공로를 하나님께 인정받으려는 교만한 심리가 투영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D. A. 카슨(Carson)과 같은 일부 학자들도 느헤미야 1장의 고백적인 기도와 13장의 자기중심적인 기도의 어조 차이를 지적하며, 개혁 말기에 느헤미야의 영적 상태가 다소 경직되거나 자기 공로에 기댄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III. 본론 2: "기억하소서(Zakar)"의 언약적 의미와 신학적 함의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기억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자카르(זָכַר, Zakar)'의 신학적 용례를 간과한 것일 수 있다. 구약 성경에서 '자카르'는 단순한 인지적 '기억(memory)'을 넘어, '기억에 따른 언약적 행위(covenantal action)'를 촉구하는 동사로 사용된다.

하나님이 노아를 "기억하사"(창 8:1) 물을 감하게 하셨고, 이스라엘의 고통 소리를 들으시고 아브라함과의 언약을 "기억하사"(출 2:24) 그들을 구원하셨다. 따라서 느헤미야가 "나를 기억하옵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은 "내 공로를 잊지 마시고 보상해 주십시오"라는 요구라기보다, "하나님이 맺으신 언약에 신실하셨듯이, 지금 이 언약에 충성한(다고 자부하는) 나를 위해 행동해 주십시오"라는 절박한 호소에 가깝다. 그는 백성들의 배신과 타락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언약의 파트너이신 하나님께 즉각적인 개입과 '편들어 주심(vindication)'을 간구하고 있는 것이다.



IV. 본론 3: 느헤미야 13장 전체에 나타난 기도의 종합적 이해


느헤미야의 기도가 자기 의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13장 내의 다른 기도 구절에서 발견된다. 14절이 "내 선한 일"을 언급한다면, 22절에서는 안식일 개혁 후에 동일하게 "나를 기억하옵소서"라고 기도한 뒤, "주의 크신 인자(חסד, 헤세드)하심을 따라 나를 아끼시옵소서"라고 덧붙인다. 만약 그가 자신의 '선한 일'을 공로로 내세웠다면, '자비(인자)'를 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개혁과 행위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크신 인자(חסד, 헤세드)'에 기대어 구원과 긍휼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14절의 "선한 일"로 번역된 단어 역시 '헤세드'에서 파생된 단어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언약적 충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느헤미야는 "나는 백성들과 달리 하나님과의 언약에 충성(חסד)을 다했사오니, 주님께서도 주의 인자(חסד)로 나를 기억하고 아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이는 공로에 대한 보상 요구가 아니라,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개혁자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하나님의 언약적 신실함에 매달리는 처절한 신앙고백이다.


느헤미야 13장 14절 "나를 기억하옵소서" 기도에 대한 해석학적 고찰: 자기 의(Self-righteousness)인가, 언약적 호소인가?



V. 결론: 개혁자의 고독과 신앙고백으로서의 기도


결론적으로, 느헤미야 13장 14절의 "나를 기억하옵소서"라는 기도를 '자기 의'의 발현으로 해석하는 것은 구절의 표면적 어감에 치중한 것이며, '자카르(זכר)'와 '헤세드(חסד)'라는 핵심 히브리 단어의 신학적, 언약적 의미를 간과한 것이다.

느헤미야의 기도는 13장 22절과 31절의 기도와 종합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이는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는 교만한 기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동료가 타협하고 신앙 공동체가 와해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고독한 개혁자가 자신의 유일한 지지자이시며 언약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드리는 절박하고 솔직하며 언약에 기초한 호소(Covenantal Appeal)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오늘날 신앙적 순수성을 지키려 분투하는 이들에게도 깊은 신학적 울림을 전해 준다.



VI. 참고문헌


  • Breneman, M. (2003). Ezra, Nehemiah, Esther (The New American Commentary). B&H Publishing Group.
  • Kidner, D. (1979). Ezra and Nehemiah (Tyndale Old Testament Commentaries). Inter-Varsity Press.
  • Throntveit, M. A. (1992). Ezra-Nehemiah. (Interpretation: A Bible Commentary for Teaching and Preaching). John Knox Press.
  • Williamson, H. G. M. (1985). Ezra, Nehemiah (Word Biblical Commentary, Vol. 16). Word Books.
  • Wright, J. W. (2004). Rebuilding identity: The reforming force of the 'remember' petitions in Ezra-Nehemiah.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 123(1), 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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