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서, 기독교 성경 즉 신양성경의 구전 과정과 문서화 단계에 대해 정리하였습니다. 오늘은 지금 우리가 읽고 보며 묵상하는 신약성경 27권이 정경으로 확정되어야만 하는 이유와 정경(Canon)으로서의 인정을 받게 되는 과정에 대해 정리하였습니다.
[ 먼저 읽어보기 ]
3) 기독교 성경(신약성경)의 정경화 단계
신약 성경의 정경으로 인정된 책들 외에도, 1세기 말에서 2세기 말 사이에는 많은 책들이 기록되었습니다. 클레멘스전후, 바나바의 편지, 디다케, 헤르마스의 목자, 베드로복음서, 베드로의 종말론, 도마복음, 바울행전 등이 그것입니다. 이 책들 중의 일부는 몇몇 단체들에 의해 정경의 지위를 부여 받았고, 일부는 규범서에도 포함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정경에 포함되지는 못하였습니다.
히브리 성경이 그러했듯이, 신약 성경의 발전 역시 하나의 특정한 사건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긴 시간의 산물이었습니다. 기독교 교회는 권위가 인정되는 책들을 기독교 역사 전반에 걸쳐 널리 사용하였으며, 그 과정 속에서 권위가 증명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예수님에 대한 구전 전통은 히브리 성경과 함께 기독교 공동체 속에서 중요한 규범으로 역할을 하였습니다. 주후 1세기 말에는 바울의 편지들이 수집되고 널리 읽혀졌으며, 일부 교회들은 권위가 있는 것으로 여겼습니다(벧후 3:15-16에서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음). 2세기 중반 무렵에는 누가복음이 사도행전에서 분리가 되어 사복음서에 포함이 되었습니다. 약 150년경의 클레멘스 2세는 복음서가 정경으로 권위가 있다고 이미 인정하였었습니다.
2세기 말까지, 바울 서신들과 사복음서는 기독교 신앙 속에서 권위를 인정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약 성경의 다른 책들의 권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였습니다. 사도행전은 누가복음을 쓴 저자가 기록했다는 사실을 교회가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방 권위를 인정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요한일서와 베드로전서로 알려진 편지들은 사도 요한과 베드로가 저자라고 교회가 믿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정경으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요한계시록과 같은 성경은 권위를 인정 받는 일에 있어서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로마제국 서부 지역의 교회에서 널리 사용되었지만 동방 교회에서는 거부 되었습니다. 반면에 히브리서의 경우에는 동방 교회에서 받아들여졌고 서방 교회에서는 거부되었습니다. 게다가, 정경으로서의 권위를 인정 받지 못한 여러 기독교의 글들 중에 일부는 처음 몇 시기 동안은 성경으로 읽혀지고 받아 들여졌었습니다. 헤르마스의 목자, 클레멘스전서, 바나바의 편지 등은 초기 교회들이 정경으로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기독교 교회의 초기인 2-3세기 동안에는 권위 있는 글의 수와 정체성이 교회들마다 달랐습니다.
4) 마르시온
처음으로 신약 성경의 정경화를 시도한 사람은 2세기의 기독교인이었던 ‘마르시온’이었으나, 정경에 대한 그의 견해는 결국 거부되고 말았습니다. 그는 열두 사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들을 히브리 성경과 연결함으로써 변질 시켰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마르시온은 누가복음의 일부와 바울서신들 중에 10개의 책만을 정경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마르시온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그가 바울서신들과 누가복음 둘 다 훼손시켰다고 비난하였습니다. 히브리 성경을 지나치게 거부했던 마르시온을 초기 기독교 교회는 반대하였으며, 마르시온의 주장에 대응하여 교회는 모두가 인정하는 일반적인 정경을 신중하게 결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교회 역사의 초기에는 신약성경을 이루는 27권의 책들의 권위를 인정하는 일에 있어서 즉각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27권으로 이루어진 신약성경의 목록은 367년 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우스 주교 (Athanasius, bishop of Alexandria)에 의해 처음 작성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393년 히포 공의회(the Council of Hippo)와 397년 카르타고 공의회(the Council of Carthage)에서 동일한 신약성경 목록을 승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평의회들이 신약성경 목록을 승인하였다고해서, 교회 전체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히브리 성경과 마찬가지로, 신약성경 역시 통치 기구의 공식적인 승인에서라기보다 각 교회들이나 공동체에서 점진적으로 사용하고 권위를 인정함으로써 확정되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신약성경 27권만을 정경으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5) 정경으로 인정하기 위한 기준들
기독교 초창기의 교회들이 개인의 글을 권위 있는 정경으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거부하는데 있어서는 몇 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첫째, ‘사도성’입니다. 과연 정경으로서의 권위를 가지는 글이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의 전통을 보존하는 것인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열 두 사도들이 직접 썼느냐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둘째, ‘정통성’ 즉 ‘참된 교리’의 여부였습니다. 정경의 대상이 되는 글의 가르침이 초대 교회의 신앙과 일치한다면 권위 있는 정경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셋째, ‘저작의 연대’, 즉 사도 시대에 쓰여졌는가의 여부입니다. 글의 저작 연대가 초대교회 시대인가 여부를 따지는 것이지만, 이 기준에 있어서는 다소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권위를 인정 받지 못한 글이 권위를 인정 받은 글보다 먼저 쓰여진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넷째, ‘영감’ 즉 ‘하나님의 영의 계시’였습니다. 초대 교회에 있던 모든 성도들은 자신들의 글이 하나님의 영의 감동으로 쓰여진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준에 있어서도 성경에 포함된 책만이 하나님의 영의 감동으로 쓰여졌다고만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섯째, ‘보편성’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도 한 이 기준은, 과연 초대 교회에서 얼마나 널리 사용되고 읽혔는가 여부를 말합니다. 널리 읽히고 기독교 공동체 전체가 원하는 요구에 부합하는 책들은 결국 정경으로 인정되어졌습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이러한 책들에서 하나님과 인간과의 만남이 가장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되고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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