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인가: 기독교 인간론의 눈으로 본 인간 이해

기독교 신학의 인간론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답합니다. 인간의 본질인 '하나님의 형상'(ImagoDei), 죄로 인한 '타락',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형상의 회복' 과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소망에 대해 살펴보고 정리하였습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기독교 인간론의 눈으로 본 인간 이해



우리는 누구인가: 기독교 인간론의 눈으로 본 인간 이해



서론: 인간, 신학의 중심 질문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것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질문 중 하나입니다. 기독교 신학의 한 분과인 인간론(Theological Anthropology)은 이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틀 안에서 답을 찾으려는 학문적 시도입니다. 인간론은 단순히 인간의 심리나 사회적 행동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창조주이신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어떤 상태에 있고,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탐구합니다. 이 글은 기독교 인간론의 핵심 개념인 '하나님의 형상', '죄와 타락',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한 회복'을 중심으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쉽고 명료하게 탐색해보고자 합니다.



본론 1: 인간의 원형, '하나님의 형상' (ImagoDei)


기독교 인간론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창세기 1장 27절의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라는 선언입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형상', 라틴어로는 ImagoDei는 인간의 본질과 존엄성의 근거가 됩니다. 신학자들은 이 '형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해왔습니다.


첫째는 실체적 관점(Substantive View)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형상이 인간 내면의 어떤 고유한 속성, 예를 들어 이성, 영혼, 자유의지와 같은 신(神)적인 특성과 유사한 부분이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구별되어 사유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며, 하나님과 영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 증거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관계적 관점(Relational View)입니다.

이 관점은 하나님의 형상이 어떤 '속성'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발견된다고 주장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성부, 성자, 성령의 관계 속에 존재하시듯, 인간 역시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 및 다른 사람들과의 수평적 관계를 맺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즉, 우리는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적 존재로서 하나님의 형상을 드러냅니다.


셋째는 기능적 관점(Functional View)입니다.

이 견해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역할' 또는 '기능'에서 형상의 의미를 찾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다스리시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이 땅을 경작하고 돌보는 '청지기'로서의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이 사명을 감당하는 행위를 통해 인간은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그분의 형상을 세상에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이 세 관점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인간의 존엄성과 본질을 다각적으로 이해하게 돕습니다.



본론 2: 깨어진 형상, 죄와 타락의 현실


그러나 기독교 인간론은 인간의 존귀함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창세기 3장은 인간이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스스로 하나님처럼 되려 했던 '타락' 사건을 기록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하나의 실수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ImagoDei를 심각하게 손상시킨 분기점이었습니다.

죄의 본질은 하나님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자기중심적인 존재가 되려는 교만입니다. 이로 인해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아담과 하와의 서로를 향한 탓), 자신과의 관계(수치심과 두려움), 그리고 피조 세계와의 관계(땅의 저주)에서도 파괴와 단절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신학에서는 이를 원죄(Original Sin)라고 부르며,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죄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경향성을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중요한 점은 타락으로 인해 하나님의 형상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마치 깨지거나 심하게 더러워진 거울이 여전히 희미하게나마 형상을 비추듯, 타락한 인간에게도 ImagoDei의 흔적은 남아있습니다. 인간이 여전히 선을 갈망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정의를 외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죄로 인해 그 형상은 심각하게 왜곡되어,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원래의 온전한 모습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기독교 인간론의 눈으로 본 인간 이해



본론 3: 형상의 회복, 예수 그리스도


깨어진 형상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기독교 인간론은 그 답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습니다. 신약성경은 예수님을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골로새서 1:15)이라고 명확히 증언합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신 완전한 인간이자 완전한 하나님으로서, 타락 이전의 온전한 ImagoDei가 무엇인지를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은 온전히 하나님께 순종하셨고,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셨으며, 모든 피조물을 돌보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은 인류를 죄의 속박에서 해방하고, 깨어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고 그와 연합할 때, 성령의 도우심을 통해 점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화(Sanctification)의 과정입니다. 즉, 인간의 회복은 단순히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형상'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더욱 온전하고 성숙한 존재로 변화되어 가는 역동적인 여정입니다. 이 여정은 마지막 날,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완전한 회복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결론: '만들어져 가는 존재'로서의 인간


기독교 인간론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으나(Created), 죄로 인해 타락했고(Fallen),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되어 가는(Being Redeemed) 존재'로 정의합니다. 이 관점은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과 교훈을 전해 줍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무한한 가치와 존엄성을 지닌 존재이지만, 동시에 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연약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절망에 머무르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한 형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소망을 품게 합니다. 결국, 기독교 인간론이 제시하는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그분의 온전한 형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 존재'입니다. 이 이해는 우리 자신과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궁극적인 삶의 목적과 희망을 발견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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