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4장 24절에서 십보라가 외친 ‘피 남편’(חֲתַן דָּמִים)의 신학적 해석과 설교적 적용

출애굽기 4장 24절에서 십보라가 외친 ‘피 남편’(חֲתַן דָּמִים)의 신학적 해석과 설교적 적용



들어가며


"출애굽기 4:26, 여호와께서 그를 놓아 주시니라 그 때에 십보라가 피 남편이라 함은 할례 때문이었더라"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애굽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애굽으로의 여정이 시작하자마자, 하나님께서는 그를 만나시고 "죽이려고" 하십니다. 매우 당황스럽고도 난해한 구절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학자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요? 또, 오랜 세월 동안 구약에 대한 연구를 해 온 유대 랍비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요?



본론


당황스럽고도 위급한 이 상황 속에서, 문제의 해결은 의외로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쥐고 있었습니다. 십보라는 즉시 아들의 포피를 베어 모세의 발에 대며 "당신은 참으로 내게 피 남편이로다"라고 외칩니다. 이 외침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어적 의미 분석: '하탄 다밈'(חֲתַן דָּמִים)

1-1. 하탄(חָתָן): 신랑인가, 사위인가?

히브리어 חָתָן(Hatan)은 일반적으로 '신랑(bridegroom)' 또는 '갓 결혼한 남편'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단어의 어근적 의미는 '할례를 통해 가족 관계 안으로 들어오다'라는 셈어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아랍어 어근 'hatana'는 '할례하다' 혹은 '보호하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십보라가 모세를 '하탄'이라 부른 것은 그를 다시금 언약적 보호 안으로 받아들인다는 관계적 선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2. 다밈(דָּמִים): 왜 복수형 '피들'인가?

이어서, 히브리어 דָּמִים(Damim)은 '피(blood)'를 뜻하는 דָּם(Dam)의 복수형입니다. 성경에서 피의 복수형은 대개 '살육'이나 '폭력적인 죽음'을 의미하거나, 피가 많이 쏟아진 상태를 강조할 때 사용됩니다.

여기서의 복수형은 할례를 통해 흘려진 피가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강력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십보라는 쏟아진 피를 보며 생명을 담보한 언약의 엄중함을 분명하게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신학적 의미와 유대적 해석


2-1. 언약의 유보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모세는 하나님의 대리자로 부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들에게 할례를 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아브라함에게 주신 '영원한 언약의 표징'(창 17:14)을 소홀히 한 것입니다. 거룩한 사명을 수행하기 전, 사역자는 반드시 자신의 가정과 내면의 언약적 기초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2-2. 유대인 랍비 및 미드라쉬(Midrash)의 해석

유대 전통은 이 난해한 구절에 대해 흥미롭고 깊이 있게 해설하고 있습니다.

  • 탈무드(Nedarim 32a): 랍비들은 모세가 할례를 미룬 이유를 '여정의 피로' 때문이라고 변호하면서도, 하나님의 명령보다 편의를 우선시한 것에 대해 엄중히 경고합니다. 탈무드에서는 "여호와께서 그를 만나사 그를 죽이려 하신지라"(출 4:24)라는 부분을 "천사가 뱀의 모습으로 나타나 모세의 상반신을 삼키려 했다"라는 묘사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할례받지 않은 부위가 죽음의 원인이 되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 미드라쉬(Exodus Rabbah 5:8): 십보라가 지혜로운 여인으로 묘사됩니다. 그녀는 즉각적으로 모세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이유가 할례 때문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녀가 행한 할례는 단순히 율법을 준수하기 위해서 행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진노를 멈추게 하는 '대속적 행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 라쉬(Rashi)의 주해: 라쉬는 "당신은 참으로 내게 피 남편이로다"(출 4:25)라는 구절을 "내 남편이 할례의 피 때문에 죽임을 당할 뻔했다"라는 십보라의 탄식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즉, '피 남편'은 죽음에서 피로써 산 남편이라는 뜻입니다.


3. 설교적 가이드: '피 남편'을 어떻게 선포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 난해한 구절을 어떻게 설교 속으로 가지고 와서 전할 수 있을까요?


3-1. 거룩한 직무에는 거룩한 책임이 따른다.

모세는 이집트의 바로 앞에서는 당당했으나, 하나님 앞에서는 언약을 어긴 범죄자였습니다. 성도들에게 '공적 사역'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개별적 언약 관계'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우리가 잊고 지낸 영적 '할례'(내려놓아야 할 죄의 습성)가 무엇인지 질문해야 합니다.

3-2.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는 '언약의 동역자'

모세가 무력화되었을 때 십보라가 일어났습니다. 가정과 교회 안에서 누군가의 영적 위기는 다른 누군가의 즉각적인 순종과 중보를 통해 극복될 수 있음을 전해야 합니다. 십보라의 결단은 가정을 살리는 구원의 손길이었습니다.


4.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결: 궁극적인 '피 남편'

이 본문은 "피"와 "대속"과 관련된 구절로, 신약의 십자가 사건과 연결 지을 수 있습니다.

  • 대속의 피: 십보라가 아들의 피를 모세에게 적심으로써 심판의 천사가 떠나갔듯이,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의 피를 우리에게 적심으로써 죽음의 사자를 물리치셨습니다.
  • 신랑 되신 그리스도: 바울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부부 관계로 설명합니다(엡 5:25-27). 예수님은 우리를 신부로 맞이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피)을 내어주신 진정한 의미의 '피 남편'이십니다.
  • 새 언약의 할례: 모세의 사건이 육체의 할례였다면, 그리스도는 우리 마음에 할례를 행하사(골 2:11) 우리를 영원한 언약의 백성으로 삼으셨습니다. 출애굽기 4장의 위기는 그리스도의 보혈 안에서 안전한 구원으로 완성됩니다.


5. 피로 맺어진 언약의 신비와 구원

현대 구약학자 브레버드 차일즈(Brevard Childs)는 이 사건을 '유월절의 전조'로 해석합니다. 유월절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랐을 때 죽음이 넘어갔듯이, 아들의 포피에서 나온 피가 모세의 발에 닿았을 때 하나님의 진노가 멈추었습니다.

따라서, 십보라가 외친 '피 남편'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고대 언약 체결식의 거룩한 용어임을 주장합니다. 피는 생명을 의미하며, 피를 나눈 관계는 죽음을 불사하는 운명 공동체가 되었음을 뜻합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죽이려 하신 것이 아니라, 그를 진정한 언약의 지도자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가신 것입니다.



결론: 위로와 결단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피 남편'의 하나님은 무서운 심판주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언약을 잊고 파멸로 달려갈 때, 환난을 통해서라도 우리를 멈춰 세우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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