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절은 갑자기 오지 않았다: 구약성경과 성령에 대하여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은 구약에서부터 준비되어 왔던 사건이었다



구약의 성령, 그리고 오래된 약속의 성취


나를 비롯하여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성령은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사건과 함께 등장하는 하나님으로 기억이 된다. 우리는 마가 다락방에 임한 불같은 성령,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분명 놀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성경의 큰 흐름 속에서 보면, 오순절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하나님께서 준비해 오신 약속이 성취된 사건이다. 우리는 구약의 처음부터 성령의 이야기를 볼수 있으며, 오순절은 그 이야기의 절정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창조에서 시작된 성령의 역사


구약의 첫 장면부터 성령은 이미 일하고 계셨다. 성령은 혼돈과 공허 위를 운행하시며 생명을 창조하고 질서를 세우셨다. 구약의 이야기 속에서 성령의 사역은 특정한 종교 행사나 영적 체험에만 머물지 않았다. 출애굽기에서 브살렐과 오홀리압에게 임하신 성령은 성막을 짓는 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주셨다. 이같은 모습을 통하여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일상과 노동, 창의성과 전문성까지도 거룩하게 사용하신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오늘도 성령은 예배 시간에만 역사하시는 분이 아니다. 우리의 연구실에서, 사무실에서, 가정에서, 누군가를 섬기는 평범한 손길 가운데서도 성령은 일하신다. 우리는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을 생각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감당할 수 있다.


독점하지 않고 나누게 하시는 성령


민수기 11장에는, 너무 일이 많아서 번아웃의 단계까지 간 모세를 향한 하나님의 배려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백성들의 모든 짐을 혼자 떠안던 모세에게 하나님은 70인의 장로를 세워 주셨고, 모세에게 임했던 영을 그들에게도 나누어 주셨다.

특별히 엘닷과 메닷은 회막이 아닌 진영에 머물러 있었지만 동일하게 성령을 받았다. 그들의 모습을 본 여호수아는 질서를 염려했지만, 모세의 반응은 놀랍다.

“모든 백성이 다 선지자가 되기를 원하노라.”

하나님의 영에 충만했던 모세는 자신의 권위를 지키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가 더 많은 사람에게 흘러가기를 바랬던 인물이었다. 성령은 소수의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기보다 공동체 전체를 세우시는 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가 경쟁하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성령의 은사를 나누는 가족임을 깨달아야만 한다.


여호와의 영을 힘 입어 삼손은 사자를 잡을 수 있었다



절망의 시대에도 일하시는 구원의 영


사사 시대는 영적 암흑기였다. 백성들은 반복해서 하나님을 떠났고, 고난 속에서 울부짖었다. 그때마다 성령은 사사들에게 임하셔서 하나님의 백성을 대적들의 손에서 구원하셨다. 옷니엘, 기드온, 입다, 삼손의 배후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영이 계셨다는 사실을 성경을 통하여 우리는 확인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성령은 인간의 완전함 때문에 역사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다. 성령은 하나님의 긍휼과 구원의 목적 때문에 일하셨다. 우리의 연약함이 하나님의 은혜를 막아서는 최종 장벽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실패와 부족함 속에서도 하나님은 성령을 통하여 여전히 사람을 붙드시고 일하신다.


선지자들이 기다린 새로운 시대


구약의 선지자들은 더 큰 약속을 바라보았다. 이사야는 메시아 위에 영원히 머무는 성령을 예언했고, 에스겔은 굳은 마음을 제하시고 새 마음을 주시는 성령을 선포했다. 요엘은 나이와 성별, 신분의 장벽을 넘어 만민에게 성령이 부어질 날을 노래했다.

특히 에스겔의 마른 뼈 환상은 모든 절망 속에 있는 성도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해 준다.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이는 뼈들이 하나님의 생기를 받아 다시 살아나게 된다. 성령은 단순히 능력을 더해 주시는 분이 아니다. 죽어가는 마음을 살리시고, 포기한 자리에서 다시 일으키시는 생명의 주님이심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오순절, 오래된 약속의 완성


사도행전의 오순절은 새로운 사건인 동시에 오래된 기다림의 결실이었다. 선지자들이 바라보던 미래, 모세가 소망했던 꿈,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갈망했던 하나님의 약속이 그날 이루어졌다. 성령은 더 이상 특별한 몇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임하지 않으셨다. 모든 믿는 자에게 찾아오셨다.

그래서 오순절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으로 치부할 사건이 결코 아니다. 지금도 교회가 붙들어야 할 소망이다. 삶이 메마른 광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믿음의 열정이 사라진 듯하고 기도가 공허하게 들릴 때도 있다. 그러나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생명을 창조하신 성령, 마른 뼈를 살리신 성령, 오순절에 교회를 세우신 성령이 오늘도 우리 곁에서 일하고 계신다.

오순절은 갑자기 오지 않았다. 하나님은 오래전부터 그날을 준비하셨다. 그리고 그 약속을 이루신 성령께서는 지금도 우리의 굳은 마음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며, 다시 일어설 힘을 주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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