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 보셨습니까? 이스라엘에 있을 때는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보니,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해야할 일들이 있고 마음의 부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껏 혼자 여행을 해 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 아들과 아버지의 시간의 저자인 박석현은, 자신의 삶을 여행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배낭 하나 둘러 매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세상의 큰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제 가정을 이루고 나서,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며 그 속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써 내려갑니다. 바로 이 책의 내용은 이들 부자의 여행의 기록입니다.
서평
아빠랑 같이 외국 배낭여행 다니면 재밌겠다. 아빠, 나한테 여행하는 법 알려 줄거지?
사랑하는 아들아, 자고로 여행이란 것은 가르쳐 줄 수가 없단다. 제환공과 윤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느냐. 자로고 여행이란 것은 말이지...
결국 아버지가 하고 싶은 말은,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최고의 지식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상황들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라고 가르칩니다.
굳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말할 필요가 없고, 공부해라며 쫓아 다니면서 훈계할 필요도 없습니다. 부모가 그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바로 이 책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여행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아들에게 정신적인 유산을 남기고 있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나누는 경험과 생각을 기록하고, 또 그 기록들을 보는 우리들 역시 여러 생각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책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아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 주고 싶고 가르쳐 주고 싶은 애정이 묻어나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가치 있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내용 요약
책 전부를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책의 내용들 중에 특별히 감명 깊은 몇 부분을 요약해 봅니다.
아들아, 여행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결혼 하기 전에 이미 혼자서 세계 20여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더 이상 혼자 여행이 힘들어졌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중학생이 된 아들과 대화를 하면서, 여행에 대한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아빠는 아들에게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무엇이고,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합니다. 이 질문에 아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음, 글쎄. 여행은 만남? 새로운 경험과의 만남,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아닐까? 아빠는 어때?
생각이 깊어지는 중학생 아들과의 낯선 땅으로의 여행은, 아빠와 아들 모두에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철학자가 되게 만듭니다.
흐르는 강물과 그 강물 위를 유유히 떠내려가는 조그만 돛단배 하나와 그 배 위에 유유자적하게 앉아 있는 사람을 한번 떠올려봐라. 그 사람이 바로 나다. 그것이 바로 나의 일상적인 삶이라면 여행은 그 배에서 벗어나 강물 밖에 나와서 흘러가는 돛단배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이와 같은 아빠의 대답에, 아들과 아들은 진짜 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기다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 책에서 아빠는 아들과 인도에서의 여행 에피소드를 이야기합니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여러가지 이미지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정확한 시간 엄수가 안되기로 유명합니다. 저녁 무렵 인도의 어느 시골의 조그마한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지쳐 대화를 나눕니다. 일상적인 인도 기차의 연착 속에서도 부자지간의 대화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합니다.
아빠는 결국 연착 끝에 취소된 기차 때문에 허탈함과 황망함, 그리고 분노로 인해 역무원에게 따져 물었지만, 역시나 문제없다는 답만 듣고 답답함 가운데 머물렀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무슨 사고가 있어서 취소가 되었겠거니 이해하기로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후에 기다리던 다른 버스가 계속해서 오지 않았을 때, 아들이 말합니다.
아빠, 아임 언더 스탠드. 버스가 무슨 사정이 있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기차 연착에 대한 아빠의 이해가 아들에게까지 전달되어, 인생에서의 기다림을 체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버스는 도착했고, 부자는 버스의 지연이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버스에 올라탑니다. 이 사건 이후로 아들과 아버지의 세상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졌고, 기다림을 대하는 이들의 자세는 더욱 성숙해지게 됩니다.
가르쳐 줄 수 없는 여행
어느날 아들이 '아빠처럼 넓은 세상을 다니며 여행하고 싶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아빠는 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역시 보고 자란 것이 무서운 법입니다.
세상의 많은 스승들은 진리를 단편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입체적이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생각을 해야만 깨달을 수 있는 우화나 이야기를 통해서만 진리를 이야기합니다.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생의 진리란 쉬운 것이 아니며 또 쉽게 표현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깨우치는 것만큼 큰 깨달음을 알기에, 위대한 스승들은 제자들이 고민하고 생각할 때 알 수 있는 표현으로 진리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세상의 가장 좋은 스승인 부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깨우쳐야만 합니다. 부모가 경험과 독서와 깊은 사색들을 통하여 먼저 인생의 진리를 깨우쳤을 때, 자녀들의 질문에 여러 경험과 우화를 들어서 아이가 깨달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1. 아빠와 아들, 단둘이 여행을 떠나면
사랑하는 아들, 우리 여행 갈까? | 아들아, 여행이란 무엇일까? | 테마가 있는 여행 그리고 삶 | 내 저치고? Latte is horse. | 스마트 폰이 좋아? 아빠가 좋아?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여행을 떠나오면 우린 다 친구야 | 가자, 엄마가 기다리는 집으로
2. 우리 모두의 고향은 지구별
여행길에서 발견한 아들의 고향 | 책과 함께하는 여행 | 기다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아빠, 나 꼰대일까? | 놀며, 놓으며 살아가는 삶 | 아빠, 나 드디어 미쳤어 | 미스터 파르크(Park)를 위해 뱀을준비했어!
3. 자유로운 영혼들의 특별한 여행
자유로운 영혼을 위하여 | 인생도 여행도 휴식이 필요하다 | 수염이 자라는 자연스러움의 미학 | 관점을 찾아 떠나는 여행 | 남는 게 과연 사진밖에 없을까? | 아들은 사춘기에 철학자가 되었다
4. 생각 너머로 떠나는 시간
아들과 함께하는 동상동몽의 시간 |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방구석 여행 1 |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방구석 여행 2 | 왜 나를 나이 들게 두는가? | 독서모임을 통한 인문학 여행 | 딸과 아버지의 시간 1 | 딸과 아버지의 시간 2 | 가르쳐줄 수 없는 여행 |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아버지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
에필로그
아빠와 아들. 어떻게 보면 최상의 조합이지만, 한편으로는 어색할 수도 있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함께 여행하고 함께 대화하며 생각하는 가운데, 그리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가운데 관계가 더 깊어지고 함께 인생을 배워 나가는 사이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 책은 대단하고 화려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박하면서도 인생에 있어서 꼭 있어야만 하는 진리의 탐구를 부자지간에 할 수 있는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왠지 아들이 크면 함께 갈 여행지를 지금부터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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