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던 지성소에는 두 천사들(케루빔)의 형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애굽기 25장에 나타난 그룹은 금으로, 열왕기상 6장에 나타난 두 천사들은 감람나무로 만들었습니다. 이 두 그룹들이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히브리어 원어를 통하여 구분해 보았습니다.
출애굽기 25장 18절에 나타난 그룹들(케루빔, כרובים)과 열왕기상 6장 23절에 나타난 그룹들(케루빔, כרובים)을 제작한 재료가 다른 이유
들어가며
성경 읽기를 할 때나 성경을 해석할 때, 우리는 가끔 동일한 단어나 명사를 같은 의미로 단순하게 이해해 버릴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이러한 해석 방법으로 본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본문의 내용을 오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지금 논의하고자 하는 출애굽기 25:18의 두 그룹들(케루빔)과 열왕기상 6:23과 6:28에 나타난 그룹들(케루빔)이 오해의 여지를 남긴 단어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본문에서는 동일하게 그룹들(케루빔)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그룹들을 제작하는 원재료들에서 차이가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광야 시대의 성막을 기초로 건축한 솔로몬 시대의 성전에서, 가장 중요한 지성소의 그룹들을 제작하는 원재료가 차이 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케루빔(כרובים)의 정체가 무엇인가?
성경에 언급되는 그룹들(케루빔)은 주로 구약 성경에 등장하며, 신약에는 히브리서 9:5에 단 한 차례 언급이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룹들을 성막의 벽이나 옷감 등에 새기기도 하였고, 특히 광야 시대의 성막이나 예루살렘 성전에 입체적으로 조각 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입체적으로 조각된 그룹들은 하나님의 영광과 보이지 않는 임재하심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만들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성소에 임재하시며 법궤 위에 좌정하시는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창세기 3:24에서는 그룹들이 에덴 동산을 지키는 일을 담당한 것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룹들은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역할과 함께 하나님의 주위에서 그분을 악으로부터 보호하는 존재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였습니다.
출애굽기와 열왕기상의 구절 원어 해석
그들을 제작한 두 부분의 성경 구절을 살펴보고, 원어도 사역(私譯)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 25:18, 금으로 그룹 둘을 속죄소 두 끝에 쳐서 만들되(개역개정)
וְעָשִׂיתָ שְׁנַיִם כְּרֻבִים זָהָב מִקְשָׁה תַּעֲשֶׂה אֹתָם מִ שְּׁנֵי קְצוֹת הַכַּפֹּרֶת׃ (BHS)
מִקְשָׁה : 망치질을 해서
(사역) 그리고 너는 두 황금 케루빔을 망치질해서 만들고 너는 그 두 날개의 끝에서부터 두 케루빔들을 만들어라
왕상 6:23, 내소 안에 감람나무로 두 그룹을 만들었는데 그 높이가 각각 십 규빗이라(개역개정)
וַיַּעַשׂ בַּדְּבִיר שְׁנֵי כְרוּבִים עֲצֵי־שָׁמֶן עֶשֶׂר אַמּוֹת קוֹמָתוֹ׃ (BHS)
בַּדְּבִיר : 가장 거룩한 장소에
(사역) 그리고 그는 10 아못(규빗) 높이의 '기름나무들'( עֲצֵי־שָׁמֶן )이 재료인 두 케루빔을 만들었다.
왕상 6:28 그가 금으로 그룹을 입혔더라(개역개정)
וַיְצַף אֶת־הַכְּרוּבִים זָהָב׃ (BHS)
וַיְצַף : 얇게 뒤덮다
(사역) 그리고 그는 금으로 그 케루빔들을 얇게 뒤덮었다.
두 본문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추론할 수 있습니다.
- 첫째, 출애굽기 25:18에 나타난 두 케루빔(כרובים)을 만든 재료는 분명히 황금(זהב)입니다. "כרובים זהב"는 연계형으로 케루빔을 수식해 주고 속성을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 둘째, 열왕기상 6:23에 나타난 두 케루빔을 만든 재료는 분명히 기름나무(עצי-שמן)입니다. 출애굽기 25:18의 형태와 마찬가지의 연계형이다. 따라서 “כרובים עצי-שמן”은 기름나무로 만든 케루빔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셋째, 열왕기상 6:28을 통하여, 기름나무로 만들어진 두 케루빔은 얇게 도금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출애굽기 25:18의 케루빔은 황금으로, 열왕기상 6:23의 케루빔은 기름나무로 제작되어 도금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본문에 나타난 그룹들은 세워진 위치가 다르다.
원재료가 서로 다른 출애굽기 25:18의 그룹들과 열왕기상 6:23에 나타난 두 그룹은, 각 본문의 앞뒤의 문맥을 살펴보면 세워진 위치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출애굽기 25:18의 그룹들은 제작되어 속죄소 위를 덮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출애굽기 25:19에 의하면, 두 그룹들은 속죄소와 한 덩어리로 제작이 되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열왕기상 6:23에 나타난 두 그룹은 크기부터 다릅니다. 10규빗, 즉 약 4m의 높이로 만들어진 두 그룹은 속죄소 위에 놓인 것이 아니라 지성소를 꽉 채울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두 그룹은 속죄소를 완전 뒤덮도록 세워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출애굽기 25:18에 나타난 그룹들은 속죄소와 일체로 만들어져 속죄소 위에 높인 형상이기에 속죄소와 같은 금으로 제작이 되었고, 열왕기상 6:23에 나타난 그룹들은 하나님의 보좌인 속죄소(언약궤)를 덮고 가리는 또다른 그룹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 읽기는 한 단어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전체 맥락을 살피고, 성경 전체에 흐르는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만 할 것이다.
참고 자료들
- 이스라엘 성지순례 - 예루살렘(Jerusalem, ירושלים) - 성전산(Temple Mount)
- 아말렉(Amalek, עֲמָלֵק),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민족
- 언약과 율법의 시내 산(Mount. Sinai, הר סיני)의 위치는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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