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cker

6/recent/ticker-posts

[성경사전] 갈렙의 딸 악사가 시집을 간 "남방"은 어디였을까?

갈렙은 기럇 세벨을 점령한 사람에게 자신의 딸 악사를 아내로 주겠다고 선언하자, 조카인 옷니엘이 점령하고 악사와 결혼을 합니다. 악사가 출가할 때 갈렙은 남방으로 보내며 윗 샘과 아랫 샘을 지참금으로 줍니다. 악사가 출가한 남방과 악사의 성품에 대해 추정해 보았습니다.


성경사전




악사가 시집 간 남방의 위치에 대한 간략한 탐구



여호수아 15장 16절-19절, 개역개정 성경


갈렙이 말하기를 기럇 세벨을 쳐서 그것을 점령하는 자에게는 내가 내 딸 악사를 아내로 주리라 하였더니 갈렙의 아우 그나스의 아들인 옷니엘이 그것을 점령함으로 갈렙이 자기 딸 악사를 그에게 아내로 주었더라 악사가 출가할 때에 그에게 청하여 자기 아버지에게 밭을 구하자 하고 나귀에서 내리매 갈렙이 그에게 묻되 네가 무엇을 원하느냐 하니 이르되 내게 복을 주소서 아버지께서 나를 네겝 땅으로 보내시오니 샘물도 내게 주소서 하매 갈렙이 윗샘과 아랫샘을 그에게 주었더라



성경 본문의 내용


여호수아 15장 16절부터 19절까지의 말씀에는 기럇 세벨(קרית ספר, 키르앗 세페르)을 점령한 자에게 자신의 딸 악사를 아내로 주겠다는 갈렙의 약속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카인 옷니엘이 그 땅을 점령하고 약속대로 악사를 아내로 맞이합니다. 출가하는 악사는 아버지 갈렙에게 결혼 지참금으로 "밭"(שדה, 싸데)을 달라고 요청하자고 옷니엘에게 말하며, 갈렙은 악사에게 샘물을 줍니다. 남방은 흔히 "נגב"(네게브)이며 원어의 의미는 "건조한 땅, 마른 땅, 남쪽"입니다.



본문에서 생기는 의문점


그래서 의문이 드는 부분은, 갈렙은 자신의 딸 악사를 약속대로 옷니엘에게 출가시키는데 "악사가 출가한 남방은 과연 어디일까"입니다. 네이버 카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otnt77님께서 하신 질문에 대해 같은 의문을 가지고 나름대로 찾아본 자료들을 정리하였습니다.


1. 정복자에게 딸을 주는 관습

고대 근동의 사회 속에서, 큰 승리를 거두거나 땅이나 성을 정복한 사람에게 지도자의 딸을 아내로 주는 일은 자주 있는 관습이었습니다. 이로써 지도자는 승리한 용사를 자신의 측근(사위)로 둘 수 있었고, 반대로 용사의 반역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도 이러한 내용들이 나타나는데, 갈렙이 정복자 옷니엘에게 자신의 딸인 악사를 준 본문과 함께 사무엘상 17장-18장에서 골리앗을 죽이는 자에게 자기 딸을 주겠다고 약속한 사울의 선언에도 같은 내용이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정복자에게 지도자의 딸을 주는 일은 지도자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취했던 매우 중요한 관습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옷니엘이 점령한 기럇 세벨

기럇 세벨의 히브리어 표현은 "קרית ספר"입니다. "קריה"(키르야)라는 말은 "도시" 혹은 "마을"이라는 의미이고, "ספר"(세페르)는 "책"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קרית ספר"는 "책의 도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아마도 "책들이 보관되어 있는 도서관이 있었던 마을"이거나 "교육의 도시"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메튜 헨리는, 갈렙이 책들의 도시를 점령하여 가나안 땅의 학문을 확인해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이름인 "דביר"(드비르)의 뜻은 "성소"입니다. 그래서 두 개의 뜻을 연결해 본다면, "책들이 있는 성소와 같은 도시" 혹은 "신탁을 가르치거나 성소와 관련된 일을 가르치는 교육적 도시"로 개인적인 추측을 해 봅니다.

기럇 세벨의 위치에 대해 브리테니커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경 사전


현재의 이름인 "Tell Beit Mirsim"을 구글 지도에서 검색한 결과는 아래의 사진과 같습니다.


성경사전


구글 지도의 좌표는 "Tell Beit Mirsim"(텔 베이트 미르심)을 클릭하면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 모습에 대한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확인해 보면, 매우 비옥한 지역임을 한 눈에 알 수가 있습니다.


3. 악사가 출가하는 남방

남방은 히브리어로 "נגב"(네게브)입니다. 성경에도 "네겝"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원래 의미는 "건조한 땅", "마른 땅" 그리고 "남쪽"입니다. 흔히 네게브라고 하면 매우 건조한 광야 지역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네게브 지역은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위의 지도와 같이 네게브 지역은 헤브론에서 브엘세바를 거쳐 미츠페 라몬을 지나 이집트와 요르단과 국경을 마주 대하는 넓은 땅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악사가 출가하는 남방은 무조건 건조한 광야로만 생각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네게브의 가장 윗쪽 지역인 헤브론이나 서쪽의 쉐펠라 지형은 매우 비옥한 땅으로 풀이 우거진 목초지입니다. 그리고 더 남쪽에 위치한 브엘세바를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은 비가 내리는 우기철에는 풀이 자라는 평지로 양을 기르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실제로 아브라함도 이 곳에서 양을 쳤던 것으로 창세기 12:9-10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 창세기 12:9-10, 점점 남방으로 옮겨갔더라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그리로 내려갔으니 이는 그 땅에 기근이 심하였음이라

애굽에서 가까운 지역이였기에 기근이 들자 아브람이 곧바로 애굽으로 내려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브엘세바보다 더 남쪽 지역은 미츠페 라몬과 그 남쪽의 지역으로, 글자 그대로 "건조한 땅"인 "광야" 지역입니다. 따라서 "남방"은 매우 넓은 지역이기에 무조건 "건조한 광야"로 번역하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4. 악사가 요청하려는 밭

옷니엘은 현재 아내인 악사를 데려가기 위해 헤브론에 와 있습니다. 악사는 남방으로 내려가기 전에 지참금으로 "שדה"(싸데)를 달라고 요청하자고 말합니다. "שדה"는 흔히 들판 혹은 목초지를 뜻하는 히브리어입니다. 그러므로, 옷니엘이 이미 점령하여 차지한 기럇 세벨(드빌) 주변의 목초지 모두를 달라고 요청하자는 의미로 보입니다. 갈렙이 악사에게 준 "윗샘과 아랫샘"은 목초지를 비옥하게 만드는 샘의 근원으로 생각됩니다.



악사가 시집을 간 남방은 "기럇 세벨"이며 비옥한 목초지이다


결론적으로, 악사가 시집을 가는 "남방"은 건조한 광야가 아니라 옷니엘이 점령한 "기럇 세벨"(드빌)임을 알 수 있습니다. 헤브론에서 볼 때는 서남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남방(네게브) 지역에 속한 땅이기에 본문에서는 "남방"으로 표현되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번외 : 악사는 지혜로운가 영악한가


번외로, 악사의 이러한 모습에 통해 그녀의 성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악사는 출가하면서 나귀에서 내렸습니다. 출가하는 집을 향해 출발하는 신부의 이러한 돌출적인 행동은  겸손과 예의 표시로,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어떤 간구의 표시"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갈렙이 "네가 무엇을 원하느냐"(18절)라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악사가 어떤 요구 사항이 있었기에 나귀에서 내린다는 사실을 갈렙은 단번에 알아 차렸습니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칼빈은 악사가 "분에 넘치는 욕심을 가지고 있으며 뻔뻔한 허영심이 가득한 여인"이라고 혹평을 했습니다. 반면에 메튜 헨리는 "남편인 옷니엘처럼 매우 적극적이고 담대한 여인"이라고 칭찬했습니다.

그러나 드빌이라는 성으로 출가하는 악사의 입장에서, 성 안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이웃들 모두가 먹고 살려면 성의 주변의 들판(שדה)은 필수적이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자신 뿐 아니라 모두가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하기 위해 필요한 땅을 아버지 갈렙에게 요청한다는 것은 "영악"하다기보다는 "지혜"로운 여인의 모습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이후에 옷니엘은 이스라엘의 첫번째 사사가 되는데, 그의 뒤에는 악사와 같은 지혜로운 여인의 내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할 글



댓글 쓰기

0 댓글